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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Books

혁명이 다가온다

Revolution혁명이 다가온다

슬라보이 지젝 지음, 이서원 옮김


1. 당신이 한 짓이오

제2차 세계대전중 한 독일 장교가 피카소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독일 장교가 피카소의 걸작 '게르니카'를 발견하고는 다음과 같이 피카소에게 물었다.

 "당신이 한 짓이오?"

이에 피카소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아니, 바로 당신이 한 짓이오."

최근 촛불시위에 대해 정부와 조중동이 '폭력', '배후세력'운운하며

 "이게 당신들이 원하는 바인가?"

라고 묻는 다면 이에 대한 지젝의 대답은

"아니, 당신이 한 짓이오!, 이것이 당신들 정치의 결과란 말이오!"

라고 할 것이다.


정부가 '폭력'을 운운하는 것은 매우 위선이다. 조중동에서 말하는 폭력은 기껏해야

까나리 액젓 뿌리기, 전경차 끌기, 방패빼앗기, 명박산성에 올라가기, 청와대로 가자고 외치기 등이다. 그러나 경찰이 시위대에게 가한 폭력은

손가락 자르기, 유모차에 소화기뿌리기, 도망가는 시위대 방패로 가격하기, 기자회견 진압하기, 물대포로 실명시키기, 연좌한 시민을 폭행하기....

그러나 100분 토론에 나와 눈깜짝하지 않고 촛불시위가 폭력으로 얼룩졌다고 말하는 한나라당과 모 단체 변호사의 위선은 정말이지 화가나게 만든다.


2. 레닌에 대한 새삼스런 주목

월스트리트 에서도 자주 인용하는 마르크스와는 다르게 레닌에 대한 것은 '전체주의'나 '실패'의 상징으로 간단히 진단해버린다. 그러나 지젝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현실적인 마르크스 주의의 실천을 대표한 사람으로 레닌을 진단한다.

1917년 저작에서 레닌은 끝없이 혁명에 대한 모종의 '보증'을 찾는 데 몰두하는 사람들에 대한 가장 신랄한 아이러니를 쓰고 있다. 이 보증은 보통 두가지, '무르익는 시간을 기다려야만 한다'거나 '혁명은 이르다, 노동계급은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라는 주장이었다.

레닌은 그에 대한 대답으로 그저 다른 종류의 '객관적인 사실들'이 있음을 언급하지 않고, 10년 전 로자 룩셈부르크가 카우츠키를 논박한 내용을 반복한다.

"혁명의 객관적 조건이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영원히 기다리게 될 것이다."

지금도 촛불운동의 진로를 놓고 모종의 '보증'을 찾는 데 조급해하는 것은 이해할 만 하다. 따라서 레닌의 원칙은 비단 혁명적 시기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고 오늘날 우리에게도 의미심장한 것이 아닐까?


3. 2월과 10월 사이의 간극

1917년 2월과 10월 사이의 간극에서 일어난 일들과 그 과정에 개입한 레닌의 행동을 돌아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가장 처참하고, 암울한 바로 그 순간에 소수파였던(거의 왕따) 레닌과 시민들은 같은 것을 이야기했다. '권력을 소비예트로!'

국가의 모든 기관이 촛불을 끄기위해 동원되고 있는 이 시점에 그 구조안에 모종의 선택권을 주는 문제에 대해 고민한다면 '레닌 되돌아보기'는 매우 신선한 일임에 분명하다.

내 지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고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다. 그럼에도 스탈린주의, 탈정치화, 포스트 모더니즘, 들뢰즈 등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챕터들도 흥미롭게 읽을만 하다.


chapter

혁명 사이 | 진실을 위한 권리 | 유물론 다시 보기 | 스탈린주의의 내적 위대함 | 슈베르트를 듣는 레닌 | 레닌은 자신의 이웃을 사랑했는가 | 폭력에 대한 보상 | 순수 정치학에 반하여 | 저들이 믿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 문화 자본주의 | 탈정치에 반대하여 | 오늘의 이데올로기 | 현실의 사막에 온것을 환영하네 | 삭제의 정치학은 존재하는가 | 되돌아가기 대 반복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