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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

여기보다 어딘가에

주인공은 나와 같은 나이이며 꿈꾸는 소녀다.

가끔씩 20대의 가난과 방향없음에 혼란스러울 때면 신나고 해피한 이야기들을 듣고 싶어하지만 오늘은 왠지 혼자 시네큐브에서 <여기보다 어딘가에>처럼 내가 느끼는 그 혼란 그대로를 옮겨 놓은 듯한 영화가 보고싶었다.

그래서인지 보는 내내 편치 않았던 영화...

사실 혼자 영화보는 건 나에게 매우 어색한 일이다.

그래 본 적도 없고 함께 볼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 최근들어 처음 혼자 영화를 본게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였는데 꽤 괜찮은 느낌어다리구.

더욱이 이영화가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더욱 혼자 몰래 감상하는게 잘한 짓인것만은 분명하다.

원래 같이 보자고 했던 사람은 싫다고 했으니 어쩔 수 없는 것도 있었고..ㅋ

어쩐지 주인공이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니 왠지 내가 싫어지면서도 애착이 간다고 해야하나..?

사회성이 부족하고 책임감없고, 짜증만 내는 어리버리 소녀.

사실 혼자 영화관 오는데도 역시나 늦어버리는 시간 개념없는 나를 떠올리는 건 쉬웠다.

다행히 입장은 할 수 있었는데 문을 여니 영화관 안으로 빛이 새들어가면서 사람들이 모두 내게 얼굴을 찌푸린다.

혼자 멀찌감치 앉아서 여유있게 보고싶었는데..땀범벅에다가 헐떡거리면서 문을 활짝열어버린 날보고 사람들은 뭐라고 생각했을 까. 내가 화면서 주인공을 보는 느낌이었을 거다.ㅡㅜ

원래 영화끝나도 자막 끝까지 올라가고 불 다 켜질때까지 안나가는게 내 습관이었는데..혼자 영화보러 왔으면서 왜그리 낮뜨거운지.. 재빨리 나와버렸지 뭐임..?

눈물만 나는 영화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얼마전 불성실함(최근들어 나의 천성이라고 까지 생각이 들정도로 심각하다) 떄문에 짤린 알바경험을 했던 나로서는 그녀가 피아노 학원을 짤리면서도 태연한 모습은 사실 웃음이 나오게 만들었다.(남들은 다들 어이없어 하더군..단지 어이없어야만 하는 장면은 아니라구!)

일찌감치 나와 하얀 담배를 내뿜으면서 생각했다.

"내가 저 정도로 사회성이 없진 않겠지"

"나 같은 사람이 많은 가 보다.."(<-이거 머임? 자기위안;;)

우습게도 나는 몇 분 후 카페에 앉아 알바 준비를 하며 내 성실함을 증명하려 애쓰고 있었다. 바보같은 라떼를 훌쩍 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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