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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ocracy

남아공 월드컵2010 과연 모두에게 희망의 축제일까? - 월드컵 이면의 이야기

지난 한국과 그리스전이 열리던 날. 난 수업을 마치고 버스에서 DMB를 통해 축구를 보며 집으로 향했다. 후반전은 집에서 볼 수 있었는데, 다른 방송사에서는 월드컵 중계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그 시간 MBC에서는 남아공 월드컵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시작했다. 매주 방송하는 "더블유"의 그날 방송은 두편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 첫번째 것이 '"축제에 초대받지 못한 자들"이었다. 월드컵 이면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월드컵의 화려한 부분만을 만끽하고 있는 축구팬들에게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다큐를 만든 제작진이 존경스럽기 까지했다. 다만 그 값진 방송을 꼭 그리스전에 해야만 했을까?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말이다.

월드컵의 분위기가 달아오를 수록 이 다큐에서 봤던 장면들이 계속 머리속에서 멤돌아 다시한번 찾아 볼 수 밖에 없었다. 필자의 글은 박스처리했고, 나머지는 방송을 요약한 내용이다.

과연 모두에게 희망의 축제일까요? 화려한 축제의 월드컵 이면의 이야기

개막식 앞둔 남아공 현지. 우승컵 전시장의 모습이 보여진다. 연일 사람들로 붐벼 남아공인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매우 흥분한 축구팬들의 인터뷰가 이어지고. 거리곳곳은 뜨거운 열기와 기대에 찬 환호소리로 넘쳐났다.

"이것은 역사이고 우리도 역사의 일부이고 싶어요. -남아공의 축구팬"

남아공 정부는 43억 달러를 월드컵준비에 썼다. 벌써부터 관광객이 늘어났고, 개막이후 40만명이 더 찾아올 예정이다(이 다큐를 촬영한 것은 월드컵 시작 전이다). 그러나 해가진 남아공 도심 뒷편에는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치안이 불안한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남아공. 흑백간 빈부격차가 점점 커지면서 극심한 불만상태의 흑인들이 난폭한 행동과 범죄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인종차별은 사라지지만 빈부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는것이 남아공의 현실. 흑인 실업률이 40%를 넘어섰다. 일할곳이 없는 이들에게 월드컵은 과연 어떤의미일까?

-내가 충격받은 대목이 바로 이것. 만델라와 같은 인권 지도자가 대통령이 되고, 심각했던 차별이 바로잡혀졌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사실 문화적 차별보다 경제적 차별이 더 근본적인 것인데, 남아공에서는 -일제의 잔재가 남아 친일파들과 그 후손들이 계속 잘살았던 우리나라처럼- 백인이 지배했던 유산이 그대로 남아 경제적 격차는 더욱 커졌다는 것이 지금의 현실.

"정부는 우리를 위한 계획을 만들어야 합니다. 직업을 창출하고요.", "우리 중 일부는 월드컵이 우리들에게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하지만 지금은 우리를 낙심하게 합니다." -실업자 인터뷰

월드컵 개최가 확정되는 날의 환호는 원망섞인 신음으로 바뀌고 있다.

월드컵 환경미화정책의 불법거래단속이란 명목으로 많은 노점상인들이 생존수단을 잃고 쫓겨났다.

"이것은 허가서입니다.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허가서가 있어야 해요 마약 없으면 350랜드(한화 약 5만 6천원) 벌금을 내든지 아니면 이 물건들을 다 뺏기게 됩니다." - 노점 상인

허가서가 있다하더라도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감에 떨어야하는 사람들. 이들에게 월드컵은 다른 세상이야깅일 뿐이다.

"월드컵은 저에게 아무런 의미도 주지 않습니다.비싼 축구 경기 티켓을 살 돈이 없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집에서 TV를 보는 것 뿐입니다." - 노점 상인

도심에서 약 30km떨어진 외곽. 안타까운 풍경을 마주했다. 지붕도 벽도 없는 허허벌판위에 매트리스만 놓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우리 자신을 숨길 곳이 필요해 이곳에 왔습니다 오늘이 2주째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도움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거리로 나앉았다. 이들은 대체 왜 이런 생활을 하게 된 것일까? 남아공 정부는 2007년 부터 빈민들을 도심 밖으로 내쫓기 시작했다. 월드컵 기간동안 말끔한 거리조성을 위해 폭력이 사용되었다. 폐허로 변해버린 자신들의 터전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건 가건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곳엣는 집을 잃고 쫓겨나온 삼천여가구가 임시로 살고 있다. 하루아침에 자녀들과 헤어지고 이곳에 산지 2주째 된 마이어씨를 만나보았다. 흙바닥위에 벽과 지붕만을 세운 이 건물은 거의 창고에 가깝다. 그나마 이곳에서의 생활도 안전하지 않다. "사람들이 침입해서 물건을 훔쳐가기 때문에 집을 비워 둘 수 없어요. 그리고 자녀들이 학교에 다니기가 너무 멉니다. 한 시간 반을 걸어야 하는 거리예요."

영화 <디스트릭트 9>을 연상케하는 요하네스버그 외곽의 임시 가건물들(위 사진). 영화에서는 불시착한 외계인들이 위와 같은 외곽의 임시건물들로 수용된다. 영화랑 거의 흡사해서 매우 놀랐는데, 영화도 요하네스버그를 배경으로 제작했다. 그들을 바라보는 주류의 시선은 도시를 해치를 "폭력" 과 "더러움"일 뿐이다.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월드컵의 또다른 피해자는 "이주노동자"

이중에서도 월드컵에서 가장 소외받는 사람들이 있다. 요하네스버그의 한 교회에 몰려든 사람들. 이들은 자국의 분쟁과 가난을 피해 남아공을 찾아온 난민들이다. 현재 2000명 정도가 노숙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대다수가 짐바브웨에서 온 난민들. 이들이 교회를 찾아오기 시작한건 2008년부터이다.

그해 남아공 자국민들에의해 자행되던 아프리카 난민 폭력사태. 외국인 혐오증이 남긴 이사건으로 총 예순 두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난민을 향한 차별은 더욱 심해졌다.

"요하네스버그의 길거리는 월드컵을 위해 청소되어야 한다는 결의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작년 7월에는 358명의 사람들이 중앙 감리교회 밖에서 체포를 당했고 그들이 교회안에 있는 것은 괜찮지만 요하네스버그의 거리로 나와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폴 베린 목사"

이들은 불법체류자 신세로 직업조차 제대로 구할 수 없고, 고국으로 돌아갈 돈도 마련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인은 교회구석의 자리를 찾아 몸을 숨기는 일. 근근이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다.수천명의 사람들이 생활하다보니 위생상태는 엉망이다. 사람들은 이런생활에 익숙해지고 있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수많은 질병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여느 나라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해소시키는 방법 중의 하나는 국가간의 경쟁을 강화하는 것인데, 이와 관련하여 더 어려운 국가에서 돈을 벌기위해 체류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박해를 통해 국가 내부적 격차와 갈등을 완화시킨다. 노동자들은 그들때문에 자신의 실업과 경제난이 더 심각해진다고 믿는다. 그리고 빈민일지라도 누군가를 폭력적으로 대하고 억압할 수  있는 대상을 갖게 된 것처럼 느끼게 된다. 남아공의 사례도 다르지 않다. 실업자와 빈민들이 난민들을 폭행하고 죽이는 일들이 발생하지만, 오히려 남아공이 난민들을 위해 하는 일이라곤 교회밖으로 나오면 체포하는 것이다. 불법체류를 빌미로 말이다.(필자)

창살 없는 감옥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이들에게 월드컵의 의미가 존재하기는 할까. 그저 당장 먹고살길이 걱정이다. "제게는 두 아이가 있어요. 돈을 벌어서 아이들을 위한 옷, 교육비, 생활비로 사용합니다"

오늘도 축제의 초대를 받지 못한 자들이 하루 머물자리를 찾아 헤맨다. 전 세계를 향해 활짝 문을 연 2010 남아공월드컵. 그런데 그 축제를 위해 삶을 송두리째 빼앗겨야했던 이들의 억울한 눈물이 기쁨의 함성위에서 흐르고 있다. 4년만에 돌아온 꿈과 희망이 누구나 공평하게 품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축구는 공하나만 있으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라며 1부를 끝내는 아나운서. 그렇다 우리가 축구를(간접적으로라도) 즐기는 이유는 그 속에 행복이 있거나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국의 경기가 아니더라도 몇몇 경기들은 정말이지 짜릿하고 흥분을 주는 경기도 많다. 내 자신이 축구를 직접 즐길때만큼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월드컵의 흥분속에 젖기 전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월드컵으로 누가 이익을 보는 것일까? 월드컵의 희망은 우리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것일까? 아쉽게도 월드컵을 틈타 천암함 의혹을 제기한 참여연대를 박살내려는 이명박 정부에게는 꽤 흐믓한 6월이 될 듯하다.

그리고 희망해본다. 월드컵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빈민들을 위한 진정한 행복의 축제가 열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