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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kech

토이카메라의 미학

난 매일같이 토이카메라를 들고다닌다. 그러나 매일 같이 카메라에 무언가를 담지는 않는다. 아니 그러지 못한다. 어쩌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나에겐 너무나 조심스런 일이라고 무의식에서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도 그럴것이 내가 바라보고 있던 사물을 필름에 담았을 때, 그 순간에 내가 느꼈던 감정(그것이 무엇인지는 나는 모른다)을 그대로 담아냈던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을까.

작년 이맘 때 카메라를 들고 여러곳을 다니며 필름에 나의 느낌들을 담던 행위들은 이제 쉽지가 않은 것이다. 자꾸만 피사체앞에서 부끄럽고, 머뭇거리는 소심함은 아무리 토이카메라일지라도 셔터를 누르기 힘들게 한다.

사랑

언젠가부터 어떤 대상에게 애정을 보여주고 애정을 바라는 행위를 하기 어려워 진 것처럼 똑같이 사진을 찍는 행위를 하기에 벅차게 되버린것.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피사체에 애정따위나 혹은 증오일지라도 어느정도의 감정을 싣지 않고서는 찍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 단순히 사진을 찍기 힘들다기 보다는 감히 감정을 품기 힘든 상황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난 안다. 내가 스스로를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내 자신만을 탓할 수 없다할지라도. 무언가가 이 억누름을 풀어해쳐버리고 해방시킬 수 있다면, 분명히 난 그것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땐이미 토이카메라의 작은 셔터소리마저도 아름답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을 수 있을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