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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ocracy

[노무현콘서트] 세상을 바꾸는 주인공은 바로 당신입니다

노무현이 밉습니다

노무현정부 시절, 피부가 새카맣게 타도록 뜨거운 날들이 연속되던 날에 난 유치장에 갇힌 적이 있었다.

내 어머니, 누님같은 분들이 다리 퉁퉁붓도록 10시간 이상 계산대에서 끊임없이 미소를 잃지 않으며 일했다. 그녀들은 비정규직이었다. 노무현정부의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1년 후 가장 먼저 해고를 당해야 했던 분들이 적은 월급으로도 가장 열심히 일하던 그녀들이었다. 어느덧 나는 그녀들과 함께 모백화점 지하를 점거하고 농성을 하고 있었다. 모든 언론이 어머니들의 처철한 몸부림을 주목했고, 해고에 벌벌떨던 전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우리의 싸움을 응원했다.

몇 일간 경찰력으로 봉쇄된 채 지하에서 농성을 이어갔다. 점점 경찰은 우리를 옥죄어왔고, 마침내 카트를 쌓아놓은 출입구 까지 투입되었다. 그 카트사이로 조선일보 기자가 사진을 찍으려 하면 그녀들은 물통을 던졌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자신이 '한겨레'나 '경향' 또는 'MBC'라는 소속을 밝혀야 했다. 노무현 정부는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다. 그날 나는 특공대라고 불리는 말로만 들어봤던 사람들을 처음으로 봤다. 특공대가 장비를 가지고 카트들을 제거하는 몇 시간동안 우리는 모두 팔짱을 끼고 누웠다. 그렇게 긴장감이 모든것을 살얼음을 얼게 만드는 순간은 이제껏 드물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누워 조용히 눈물을 흘리었다. 구호도 외지치 않고, 누구도 말한마디 하지 않았어도, 우리는 해야할 일을 알았다. 저 특공대를 이길 수 없을 거란것도 알았다. 우리가 흘리는 눈물은 낙담의 눈물이 아니었다. 누구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알았다.

power to the people(민중에게 권력을)

그날 나와 맞잡은 손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려했던 어머니들이었고, 우리의 팔짱을 갈라놓은 손은 노무현 정부였다. 나는 노무현을 미워할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년 즈음 내가 이 얘기를 하려는 건, 추모의 눈물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반대이다. 그 날의 노무현이란 존재는 우리를 갈라놓는 역할이었다면 지금의 노무현이란 존재는 우리를 모이게하는 역할을 한다. 오늘 시청과 부산에 모여서 노란 풍선을 흔드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 누구와 팔짱을 끼고 민주주의를 되찾아야 하는지를 알게됬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느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오늘 콘서트가 끝났는데도 자리를 뜨지 않았던 당신들의 잡은 손은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도 누구하나 눈물을 훔치지 않고선 놓지 않았던 팔짱을 떠올리게 했다. 다행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