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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ocracy

왜, 빈곤문제인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었다. 사실 장 지글러가 밝혀낸 이 불편한 진실은 내겐 매우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지글러의 책은 읽어볼 만하다. 그의 책이 얼마나 굶주리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자세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도대체 왜 굶주리고 있는가?, 굶주리지 않아도 되지 않는가?에 대한 답도 단순명쾌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탐욕스런 곡물기업과 정부 그리고 시장, 전쟁, 무능한 국제기구와 구호에 대해서 언급한다. 

물론 진정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더욱 큰 담론을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라는 시스템문제 즉, 실제로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이 가능한지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에서 그런 내용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지글러의 책은 그가 말했듯이 "이 책이 한국 사회에서도 기아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새롭게 하는 작은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난 이 책을 보는 이들이 생각을 더 발전시켜나가길 바란다.

"병든 대중의 모습에 감동하지 않는 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은 작업장의 먼지를 들이마시고 솜털을 삼키고, 백연과 수은과 걸작의 창조에 필수적인 모든 독에 찌든다 [....]대지가 경이로운 것들을 얻는 것은 이 쇠약한 대중의 덕택이다. 그들은 제혈관속에 주홍빛 피가 흘러감을 느끼며, 슬픔이 담긴 긴 시선을 대공원의 태양과 그림자 위에 던진다" - 1851년 보들레르 ("Pierre Dupont:, Ⅱ, p. 408.)(강조는 내가)

너무나 위대하게도 보들레르는 '병든 대중'이 단순히 병들어서가 아니라, 이 세상을 창조한 댓가로 병들었기 때문에 감동했다[각주:1]. 가난과 빈곤의 아픔에 통감하는 '있는 자'들의 슬픈 감상따위는 이제 TV다큐멘터리에서조차 너무 흔한 소재이다. 중요한 것은 '병든 대중'에 대해 가여움을 느끼는 문제가 아니라 바로 빈곤속에 있는 그들이 이 세상을 창조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가난하기 때문에 가엽고, 가엽기 때문에 빈곤을 해결해야한다는 것 뿐만 아니라 바로 그들이 세상을 창조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창조의 대가가 경매장의 나리들이 아니라 가난한 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거다. 기아는 보들레르가 살았던 시대에도 지금도 존재한다. 정말이지 지글러 의 말처럼 "기아는 인류에게 끈덕진 동반자"다.

왜 빈곤문제인가?

그런데 빈곤문제는 아프리카만의 문제가 아니다. 절대적 빈곤인구의 수만 따져봐도 아프리카 보다는 아시아가 훨씬 많다. 남미는 어쩔건가. 동유럽은? 저자는 이 전세계적인 문제를 아프리카를 통해 알리고 싶은 거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비롯한 아프리카의 빈곤문제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시절로부터 기인한다. 마찬가지로 식민지는 아프리카에만 존재하지 않았다. 아시아, 남미등 전 세계를 분할했던 제국들이었다. 이 시절의 지배구조와 착취구조는 지금도 건재하다. 더 중요하게는 식민지로부터 독립하고 경제성장을 이루었거나, 과거 제국이었던 국가 내부에서조차 빈부의 격차가 극심해진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아닌가.

이 세상에 부는 충분해

몇 번 들은 바 있지만 다음 구절은 다시봐도 잊혀지지 않는 불편한 진실.

"그 뿐 아니란다. 지구는 현재보다 두 배나 많은 인구도 먹여 살릴 수 있어. 오늘날 세계 인구는 60억 정도(세계 인구는 2006년을 기점으로 65억 명을 넘어섰다)되지. 하지만 1984년 FAO의 평가에 따르면, 당시 농업 생산력을 기준으로 계산하여 지구는 120억의 인구를 거뜬히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거였어. 먹여 살린다는 의미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하루 2,400~2,700칼로리 정도의 먹을거리를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p. 37.

확실히 성장보다는 분배가 항상 문제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난을 해결할 수 있을까?

내게도 어느 정도의 의견이 있고 이 책에서 얘기하는 결론 부분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 난 이 점을 고대에서 열릴 포럼 "세계는 왜 이토록 가난한가?"에서 토론해볼 생각이다. 와라 맑시즘! 다른 주제도 엄청나게 많다.

  1. 재인용, 《보들레르의 작품에 나타난 제2제정기의 파리》 p. 133.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