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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

[영화리뷰] '몽상가들' 만큼이나 철없고, 혁명가만큼이나 진지한 THE EDUCATORS



조금은 한가한 요즘 일주일 전 주문했다가 동네 슈퍼에 배달되었다는 사실도 모른체 몇일을 보내고서야 내가  DVD를 주문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고 울 동네 까칠한 슈퍼 누님으로부터 되돌려 받게 된 <THE EDUCATORS, 2004>. 안타깝지만 몇일동안 (왕가위의 중경삼림과 사부의 DRIVE도 같이 포장되어진) 이 DVD는 각종 담배 보루의 껍데기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는 사실.

나온지 4년이나 된, 그리 주목받지도 못했던 이 영화를 굳이 뽀샾을 동원해 리뷰용 배너까지 만들면서 이렇게 리뷰를 쓰는 이유는? 정말 한가해서인지, 정말로 재밋게 봐서인지 조금 햇갈리지만서도 '혁명'에 대한 진지함으로 포장되어진 내 젊음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을 통해서 희미하게 볼 수 있어서 이렇게 과대포장하게된 동기인것 같다. 손발이 오그라들게 한 감독 한스 바인가르트너의 프로로그를 소개하면서 영화에 대한 얘기를 시작할까한다.

Prologue
영화 <에쥬케이터>는 정치적 행동가이고자 했으나 단 한 번도 그렇지 못했던 내 인생의 지나간 10년에 대한 영화다. 나는 현대의 젊은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정치적 변화를 추구하는데도 불구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우리 사회는 이미 너무 개인적이 되어 집단적인 역동성은 불가능해진 건지도 모른다. 젊은이들은 본래 반항하도록 되어있다. 그들에게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순수한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 에너지는 다 어디에 가버렸는가? 사람들이 <에쥬케이터>를 보러 와서 그 열정을 기억해 내길 바란다. 삶을 즐기는 것에 멈추지 말고 저항하라! 흥미진진할 것이다...!!
-감독 한스 바인가르트너

영화의 등장인물은 많지 않다. 혁명을 꿈꾸는 세명의 주인공과 그들에게 납치되었던 고참 혁명가(지금은 부르주아계급에 속해버렸지만)가 대부분의 신을 차지하고 있다. 프롤로그에서 보여줬던 감독의 말처럼 영화의 내용은 68혁명의 주역들이 지금은 사회의 기득권이 되어 보수당에 표를 찍으면서 과거의 혁명을 잊어가고 있는 현실속에 세 주인공이 몸부림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동감가는 아나키즘
세 주인공은 비록 '혁명'을 외치고 있지만 사실 마르크스가 얘기했던 혁명이 아니라 마르크스 이전의 공상
적 사회주의의 이론가들이 얘기했던 사회주의를 말하는 듯하다. 그리고 소수의 부르주아 자본가들의 집을 무단 침입하여 집안의 가구들을 재배치하고 메시지를 남겨놓고 나오는 독특한 행동이 그들의 혁명전략의 대부분이다. 돈많은 부자들을 제거하는 대신 겁을 먹게 해서 혁명적 메시지가 알려지도록 하려는 의도이
다. 혁명적 전략이라기 보단 오히려 혁명적 예술에 가깝지만 그들의 행동은 다분히 공감간다.









그들이 공감가는 이유는 계급적 관점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은 몇년 전 1년에 3000만 유로를 벌어들이는 부자의 차를 들이받았다가 지금까지 대부분 시간을 힘든 알바로 빚을 갚기위해 젊은 시절을 보내고 있다. 자신의 가난이 자신의 무능력 때문이 아니라 자본가들의 강탈로서 설명되어질 수 있다며 납치된 부자와 논쟁을 벌이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최고의 장면 중 하나다.

'몽상가들'만큼 철없고 혁명가만큼이나 진지한
영화의 시점은 다르지만 영화 <몽상가들>의 장면들이 떠오르게 하는 영화 에쥬케이터. 아마 두 영화의 감독들 모두 68혁명의 기억을 떠올리며 연출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혁명에 대한 진지함 만큼은 <몽상가들>이 결코 따라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나 과거 68혁명의 주역이었던 그러나 지금은 갑부로 성공한 부자의 현실적인 꾸지람에 젊은 주인공들의 논리적인 반박은 매우 정당하다.  아마 감독이 지금 자본주의를 지탱하고 있는 기득권층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노동자들의 파업에 촛불들의 거리시위에 대해 철없고, 할일없는 철부지들의 짓 정도로 묘사하는 이사회의 기득권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영화는 마지막에 대사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
최고의 이상(혁명-작성자 주)은 남아있어" 그리고 난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이상을 꿈꾸었던 모두가 체제에 흡수되어버리진 않는다. 분명 68혁명은 새로운 급진적 세대를 낳았고, 그것이 변화를 이끌어왔다." 지금의 촛불운동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혁명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세명의 혁명가에게만 촛점을 둔 한스 바인가르트너와는 달리 취약한 자본주의의 변혁을 위해선 두가지가 중요하다. 대중운동과 혁명가의 의지. 최고의 이상은 계속 남아있을 것이다.

여느 영화와는 달리 하나의 헤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의 이상을 향한 의지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기는 이 영화를 추천한다. 젊은 시절 넘치는 열정과 이상주의를 잃어버린 중년이 되기 싫으신 분, 강추다!(서플먼트의 삭제된 영상들도 영화 못지않게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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