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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Books

한국 최초의 사회과학 서점 <인서점>

인서점은 한국 최초의 사회과학 서점입니다. 건대 옛정문(현재 후문)에 위치하고 있는 서점입니다. 예전에 학교다닐 때는 다른 곳에 있었는데, 여느 다른 사회과학 서점처럼 경영위기로 인해 폐업을 하게 되었었죠. 그러나 이 서점은 달랐습니다. 건대 동문들이 힘을 합쳐 다시 서점을 세웠습니다. 뿔뿔히 개별화된 우리들의 삶은 자본주의에서 행복하게 살기 힘듭니다. 그래도 인서점을 보면, 뜻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전 인서점에 다녀왔어요. 요샌 졸업을 했으니, 한 달에 두어번 밖에 못가게되었지만요.

참으로
많이도 빼앗겼습니다.
인서점은 늘 그렇게 빼앗기는 것이 그냥 일상이었으니까 ........
더러는 도망도 가고 빼돌리기도 하고 문을 닫기도 하고 그랬지요.

그러나 그렇다고 그들이 물러서는 것은 아니고......


때론 경찰서 단위에서만 오기도 하지만....
대개는 지역경찰서, 경찰청, 안기부, 문화공보부 이렇게 합동으로 오는데
아주 특별하게 안기부는 별도로 다니는 경우가 많고

출처: 인서점 카페 <어느 시대나 판금도서는 있다. 지금도 판금도서는 있다>


인서점 아저씨께서 87년 당시의 판매금지도서를 정리한 글의 일부분입니다. 글을 읽어보니 정말 많더군요. 지금도 판매금지도서는 존재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경찰들이 가끔 서점으로 찾아온더군요. 가끔 찾아가면 인서점 아저씨가 해주는 예날 이야기를 듣는답니다.

인서점 입구

서점 입구에 전시되어 있는 <레프트21>

인서점을 지키는 아저씨의 노력은 얼마남지 않은 이 사회의 양심을 지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진보인사를 초청해서 좌담회를 열고, 대학 강연회에 후원하는 일들을 계속 하고 계시답니다. 더욱 반가운건 이 서점의 입구에는 기성언론의 신문들 대신에 진보 언론의 신문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물론 가난한 사회과학서점은 크기가 넓지 않습니다. 때문에 좋은 책들을 마음껏 진열하기 힘들겠지요. 그래서 전 찾던 책이 없어도 급한게 아니면 이곳에서 주문해서 기다렸다가 사가곤 합니다. 그리고 잘 찾아보면 일반서점에서 찾기 어려운 양서들도 가지고 있습니다.

몇일전 이곳에서 값진 책을 한권 구입했습니다. 비싸서 값진것이 아니라 가치있는 책이라 값진겁니다. 87년 울산 미포에 있는 조선소에서 일어났던 노동자들의 투쟁을 사진에 담아 90년 즈음에 책으로 펴냈더랬습니다. 진중권님도 활동하셨던 '문화예술..어쩌고'하는 단체에서 엮었습니다. 저도 요즈음 사진을 찍고 다니는데, 그 사진집에 나온 노동자들은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었습니다. 그런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그 생생한 사진과 첨부된 글을 읽고 있노라면 눈시울이 금새 뜨거워집니다.

이명박은 우리가 버려야할 것을 지키고, 잘 버렸던 것들을 다시 되돌리려고 합니다. (권위주의) 그리고 절대 버리면 안될 것들은 강제로 버리려고 합니다. 예컨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와 같은 기본적인 민주주의를 없애고 있습니다.(물론 그 전에도 잘 지키지 않았던 우리의 기본권이었지만요) 민주화 운동의 동문들이 인서점을 지켜낸 것처럼, 우리 모두도 우리사회의 지켜야 할 것들을 우리 손으로 지켜야하겠죠.

인서점의 내부

인서점의 아담한 공간, 이곳에서 토론도 하고 차를 마실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