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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Books

yes24 올해의 책

최근 읽은 책, 그리고 읽고 있는 책들을 언제 포스팅 할지..막막한 가운데,..
<yse24에서 올해의 책 선정>관련 메일을 받고 나두 책 추천을 했다. 후보 목록 자체가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책을 선정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그 가운데 괜찮은 책을 고르면서 작년 선정도서를 봤더니, 올해 주목받는 도서들과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올해의 책 선정은 '판매량'이 아니라 설문조사 참가자들의 '추천'이다)

우선Yes24의 올해의 책 후보작 중 1위부터 5위까지 집계를 작년과 비교해 보면,


2008년(현재집계) 2007년
1위 개밥바라기별 The Secret
2위 하악하악 남한산성
3위 나쁜 사마리아인들 무지개 원리
4위 즐거운 나의 집 대한민국 2030 재테크 독하게 하라
5위 흐르는 강물처럼 바리데기

우선 위의 집계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올해는 2003년 부터 항상 순위안에 들어있던 '자기관리','재테크'관련 도서들이 없다는 것이다. 돈 버는 방법, 완벽한 상사가 되는 법, 완벽한 회사원이 되는 법, 행복해지는 법, 등등 '***하는 법'을 나열한 책들이 인기가 많았는데,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기계발, 자아발견?

이 사회는 '이윤을 얼마나 잘 실현시키는가'라는 목표를 얼마나 잘 실현시킬 수 있는지가 '쓸모있는'인간으로 취급될 수 있는 조건을 내세운다. 일자리가 넘쳐나는 상황이 아닌 이상, 그런 '쓸모'를 충족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는 누구나 피부로 느끼고 있지 않은가.

이런 사회적 현실이 자기계발의 방법론을 손쉽게 해결해줄 법한 책들이 인기가 많은 이유일 것이다. 사실 IMF이후 1999년 겨울 수능을 보기 전 절친한 친구에게 받은 책이 '공부하는 법'이었는데, 내가 정말 필요로 해서 하는 공부가 아닌 '공부아닌 공부'를 위해서는 이런 책들이 도움이 되었을 법하다.

그러나 동시에 희망을 갖게 만드는 사실은 황석영의 소설들이 매년 5위안에 랭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각각 다른 시대의 젊은이들의 고뇌를 묘사하는 그의 소설들은 나를 비롯한 젊은 세대들의 자아에 깊은 영감을 주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자기계발'서적 대신 순위에 올라온 책이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다. 같은 카테고리로 구별되어 있지만(yes24의 이런 구별법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70년대 말 영국의 대처 이후, 한국은 97년 전후 부터 자본주의 경제의 신화로 받아들여져 온, 신자유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책이다. 올해는 더욱이 국방부로부터 명예로운 '불온서적'의 낙인을 받은 책이다.

작년에 이 책을 처음 접할 때, 우리나라는 한창 신자유주의 논쟁이 활발이 벌어졌더랬다. FTA가 중요한 이슈였기 때문인데, 그 때 까지만 해도 '신자유주의', '자유시장'에 대한 비판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누군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말했던 갈릴레이의 비유를 든 것처럼 거대한 신화에 맞서는 일은 힘든일이었지만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주가가 반토막이 나고,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대처리즘의 30년 동안 신화가 되어왔던 신자유주의가 한순간에 그 논리적 근거역시 거품으로 받아들여지는 순간이 되었다. 이제 신자유주의가 대세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리고 지금 중요한 논쟁거리는 '신자유주의 비판'이라기 보단 '신자유주의 혹은 자본주의를 넘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최근 읽었던 SWP의 온라인 기사('자유시장'-무덤으로 가야할 때다)의 일부분을 인용해보면서 이야기를 마칠까한다.

고든 브라운 총리의 PBR은 언론을 통해 30년간의 대처리즘이 종지부를 찍엇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예측은 평범한 노동자들이 그것을 위해 싸우지 않으면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