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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총을 쏘고 싶어하는 것과 같이, 나는 최근에 기차를 타고 멀리 달아나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 밤이든 낮이든, 아주 멍청해져 있는 때에 기차의 기적소리가 불현듯 환청으로 들려오곤 했다. '가자,가자, 가자.' 환청의 기차는 끊임없이 나에게 어디론가 '가자'고 속삭였다. 그것은 <바지 입은 여자>의 숨소리만 여리게 들리는, 밖은 고요하고 온 집안이 쥐죽은 듯 고요한 새벽에 베개에 대고 있는 귀에서 베개에 닿지 않은 귀로 끊임없이 빠져 달아나며 외쳐댔다. 언제부터인가 벌판을 빠르게 달리는 급행열차가 원색적인 성교의 꿈을 대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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