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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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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고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여러가지 의미를 담은 영화는 아닐 수 도 있지만 머리 속이 워낙 복잡한 놈이라 그런가보다

영화속의 패션잡지 세계는 일종의 미디어라고 할 수 있고 tv광고나 영화속에서 벌어지는 성상품화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생각을 세련되게 정리하는 습관이 나에게는 없는 관계로 그냥 이영화에 대해서 횡설수설 하겠따.

(물론 스포일러일 가능성이 있다..ㅋ)

패션에 관심이 없을 뿐더러 패션 잡지 편집장 비서채용의 면접자리에 '난 패션에 관심이 없어요'라고 말해주는 옷차림을 하고 나온 여주인공 헤서웨이가 편집장 메릴 스티립에게 '전 마르지도 않고 글래머도 아니고 패션에 대해선 더더욱 모르지만 전 똑똑해요. 또 빨리 배울 수 있습니다.' 라는 말 한마디에 채용된다.

서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런 '기묘한 취직' 덕분에 영화 초반 부터 날 불편하게(위로가 아니라) 만든 이 장면은 취직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리는 내가 그날도 잠을 잘 수 없게 한 원인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더 웃긴 건..잡지회사의 수석 디자이너가 면접을 보러온 헤서웨이를 향해 던진말..'저 슬픈 소녀는 누군가요?....도전 신데렐라를 찍고 있는 건가요?' 라는 말이었다.

이 말이 웃긴 이유는 먼저 나에게는 더한 나위없이 환상적인 그녀(헤서웨이)에게 던질 말이기 때문이고 두번째 이유는 나중에 진짜로 헤서웨이는 신데렐라가 된다는 것이다.(나중에 딸을 키우게 되면 신데렐라 동화는 읽어주지 않을테다..ㅜㅠㅋ)


어쨋든 월남치마를 입던 어리버리 비서 헤서웨이가 모델 뺨을 3만번 후려 갈길만한 신데렐라가 되는 순간은 마치 능력을 잃었던 스파이더맨이 자신감을 되찾고 거미줄을 쏘며 빌딩 숲을 날아가는 순간 영화를 보던 내가 스파이더맨이 된 것처럼 좋아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것은 성상품화과 어쩌고 저쩌고 해도 할리우드 영화가 재밋는 이유일 것이다. 또한 외모 지상주의에 찌든 우리가 외모 지상주의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헤서웨이를 보며 만족감을 느끼는 이유도 될 것이다.

나에게는 신데렐라가 되었던 우리의 주인공 헤서웨이보다는 패션잡지 편집장인 메릴 스트립이 주인공이었던것 같다. 그녀는 세계 패션을 선도하는 유명 잡지의 편집자이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누구나 선망하고 갖고 싶어하는 명품 브랜드 이미지 뿐만 아니라 현대 여성이 '되어야 할' 여성의 외적 이미지의 기준도 창조한다는 것이다. 66사이즈를 보고 슬픈 소녀라고 부르는 그들은 거식증에 걸려 죽은 유럽의 모델들을 보며 실패한 신데렐라라고 치부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메릴 스트립은 '유죄'인가? 메릴 스트립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헤서웨이에게 한 대사는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다.

 ' 모두가 이런 삶을 원해...모두가 '우리'처럼 되길 원해..'

ㅜㅠ 무섭도록 솔직한 대답인 것이다. 이 대답전에 스트립에게 한 헤서웨이의 물음은 '이게 제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면요?'이다. 나도 헤서웨이처럼 그런 물음을 던진다 하지만 편집장 메릴 스트립에게 집중되는 수백명의 기자들의 카메라 렌즈는 마치 나와 우리의 눈과 소망이 아닐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하지만 프라다를 입고 싶은 것은 무죄다. 그것이 상품화된 거품 때문에 눈이 멀게 한 것일 지라도 말이다. 단지 그것이 불면증에 시달리는 나에게 작은 기쁨과 만족이라도 된다면 기꺼이 나는 악마가 되겠다.

그것은 베스킨 라빈스 광고가 노골적인 성상품화 뿐만 아니라 섹스를 암시하는 것이며 스타벅스 커피가 찢어지게 가난한 흑인 여자아이들을 혹사시키며 만들어진 것이라는 비참한 현실 자체가 그 아이스크림과 커피회사가 망하도록 하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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