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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지식인과 김규항

김규항, 김정란, 진중권, 홍세화 님(들)이 99년에 펴낸 ≪모든 아웃사이더를 위하여≫를 종각과 광화문 사이에 있는 아름다운 가게 헌책방에서 구해냈다. 아는 선배의 집에서 종종 <아웃사이더>라는 책을 들쳐본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잡지 <아웃사이더>의 편집진들의 산문을 엮어 만든 책이다.

맑시즘2009에서 김규항의 강연을 했었는데, 듣지못해 아쉬워했었다. 그의 종교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그러나 역시 ≪예수전≫은 평론만 몇 가지 보고 책을 읽지는 못했다.) 그의 글은 진중권의 그것처럼 마치 고양이가 꼬리를 바짝 세우는 듯하면서도 여유가 넘치고 불쾌한 권위주의자들과 무개념들에 대한 비판은 통쾌하기도 하다. 진보적 지식인 중의 한명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사실 난 그를 알게된게 몇 년 되지 않았다. 한 2년? 이런 내가 그에대해 이야기 하는 건 시건방져 보일 수 있겠다.;; 그럼에도 지식인에 대한 언급들이 거슬리기도하고 불편하기도해서인지 계속 여러 생각이 머리속에 멤돈다. 이 책의 머리말에 김수영의 말을 인용했는데 다음과 같다.

지식인이란 것은 인류의 문제를 자기의 문제처럼 생각하고, 인류의 고민을 자기의 고민처럼 고민하는 사람이다.

―오 그럼 나같은 허접도 지식인인가? 뭔가 지식이 있어야 하는것이 아닌가? 머리말에 이런 말도 나온다. "한국 지식인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극우집단주의와 싸우는 일"이라 했다. 좀 배우고 글 좀 써본 '지식인'들이 '선도'해서 우익들을 몰아내는 것. ―아무래도 불편하다. 그들의 글을 읽는 내내 웃기도 하고 많이 배운다. 다만 우위에 있는 '지식인'들이 그렇지 못한 자들을 향해 말하는 듯한 비난이 나를 불편하게 하기도 한다.

나는 세상을 바꾸는 일은 오히려 덜 배우고, 여유롭게 글쓰는 시간조차 없는 바쁜 일상에 갇혀있는 평번한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2008년 가장먼저 거리에 나와 촛불을 들기 시작한 사람들은 바로 청소년(과 20대)들이었다. 가장 작은 변화조차도 그런식이었다. 언젠가부턴가 나는 그 작은 자들이 변화하기 시작해 그것이 거대한 세상을 변화시키는 순간. 그 순간들을 위한 준비를 한다는 마음으로 가슴이 뛴다. 어쩌면 김규항이 말한 '지식인'은 이런 것을 뜻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난 지식인으로 불리기는 싫지만 진정한 아웃사이더이고는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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