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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평범한 하루

참 오랜만인 것 같아 적당히 쓸쓸하고 따뜻한 날
이런 날에는 혼자라는 게 힘들때가 있어
멍하니 카페에 앉아 시답지도 않은 농담들로
웃어보고 싶고 작은 비밀이라도 나누고 싶어져
다시 또 누군갈 만나 추억을 만드는 일
내겐 벅찬 일인지도 몰라
이대로 이 나름대로 살아 갈 수 있다면
언젠간 나에게 더 소중한
평범한 하루

작사/작곡 이지형

몇 년 전 A의 걸음걸이(와 골반의 움직임) 만으로도 너무도 행복감에 빠질 수 있었다. A와 함께하는 중요한 이유중 하나가 그의 독특한 걸음걸이 때문이었다는 것은 그 당시로서는 전혀 과장됨이 없는 것이었다. A가 혹시라도 나보다 앞서 걸어가게 되면 나는 이내 극도의 행복감에 도취되어 버린다.

반면에 매우 사소한 논쟁(또는 의견차이)으로도 극도의 행복이 연기처럼 날아가 버리기도 했지만 말이다.

몇 년 전에는 이렇게 소소한 것에 행복감을 느끼다가도 아주 소소한 것 때문에 쉽게 지치기도 했다. 뭔가의 벅찬 감정에 나를 빠뜨려도, 혹은 빠질게 뻔한 상황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누군가를 만나 지금까지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그런 기분이 하루종이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어도 그런 감정의 충만이 견디지 못할만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

내 생각에 이지형은 그런 (평범한)날을 노래하는 것이 아닐까. 충분히 아닐 수 있다. 예술이야 감상하는 자의 소유이니까.ㅋ 아무튼... 어쩌면 그런 벅찬 날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나도 점점 그렇게 변하고 있는 것 같아 문득 무서워지는 느낌이다. 이 노래를 듣게되면.

위 사진은 내가 자주 걷던 길과, 자주 가던 영화관의 건물 앞에 세워진 움직이는 거대한 조형물이다. "망치질하는 사람"이었나? 작품제목은 그와 비슷했다. 영화를 보지 않아도 여기까지 걸어와 이 조형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유없이 가슴이 뛰곤했다. 아마 추억이 많았던 곳이어서 그럴지도. 어느날 저 조형물과 그곳의 느낌이 그리워 그 주변을 멤돌며 사진을 찍고 벤치에 앉아 사람들을 쳐다보곤 했다. 다시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햇던 하루가 그립다. 평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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