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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Images

기타를 위한 변명

기타를 버리는 것은 어릴 적 기타를 살때 가졌던 자유롭고 생기가 넘치는 내 자신을 잃어도 살아갈 수 있을거라는 푸념이다. 그런데 난 이 기타를 버린적이 없다. 그날은 이삿짐을 싸느라 정신이 없었단 말이다. 정신없이 전광석화같은 초간단 이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 내겐 있었다.

저 기타는 구입한지 4년 정도 되었을 테다. 처음 기타를 가졌을 때는 꽤 오래전이다. 어머니를 졸라 기타를 손에 얻었으나 몇달간 제대로 튕길줄도 모른체 '소유'그 자체만으로 소유의 의미가 있었던 그 시절이 벌써 10년이나 지난 오래된 얘기다. 10년 후 지금은 누군가 내게 기타를 쥐어주며 연주해보라고 한다면 겨우 'more than words'의 한구절을 겨우 칠 수 있을 뿐이다.

뒤늦게(대학입학 이후) 락의 세계를 접하게 된(난 고등학교때 '비쥬'를 좋아했다!! 알런지..)나는 밴드를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항상 했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놀라자빠질만한 사실은 정말로 밴드를 했다. 사실 밴드라고까지 할만한 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냥 '밴드 비슷하거 했어요'라고 말하긴 뭐하니깐 지금까지 '대학때 밴드했었어요'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떠버리고 다녔다.

RATM의 음악이 날 매료한 만큼 내 의식도 영향을 받았고 삶에 대한 나의 태도 또한 불과 몇년전의 생각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아마 생각도 없었을 듯). 비단 음악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난 음악가도 아니고 소질이 있었으나 포기한 사람도 아니고 소질도 없고, 음악을 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을 해본적도 없다. 다만 지금의 내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중요한 기로에 기타가 함께 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난 기타를 버리지 않았다고 변명하고 싶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난 아직 도전적인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난 기타를 버리지 않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