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걸을 때 바닥의 선을 밟는데에 집착하는 이상한 습관이 있다. 바닥의 선이 여러개 있으면 다 밟지 못하고 너무 많은 선을 지나쳐가야 하기 때문에 슬퍼진다. 반대로 지금 밟은 선과 다음 선이 너무나 멀리 떨어져있어 다음 걸음에 바로 선을 밟지 못한다면 다음 선까지 갈 동안 선을 밟지 못하는 나의 발바닥이 공허함에 빠진다.
어쩌면 나는 보통과는 반대로 선을 넘지 않으려는 관념과는 반대로, 선을 넘어야하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일까. 인생을 되돌아 보면 위 말이 틀린 것만은 아닌것 같기도. 스스로 선안에 자신을 가두자마자 선 밖으로의 탈출을 꿈꾼다.
선을 넘어서서 얻은 것도 있었지만 선을 넘어서 잃은 것도 있다. 그냥 선이란것이 없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래 선은 이렇게 발바닥에 걸리적 거려야 맛이지.
'Essay > skech'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케치] '하하하' 홍상수의 유쾌한 영화 (2) | 2010.05.06 |
---|---|
[스케치] 클래식 스쿠터 (4) | 2010.04.21 |
아기고양이 (0) | 2010.03.07 |
어리버리 스테판은 (2) | 2010.01.22 |
[스케치] 사랑후에 남겨진 것들 (2) | 2010.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