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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 2008)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크리스찬 베일, 히스 레저, 아론 에크하트, 마이클 케인, 게리 올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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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악마에게 영혼을 판 게 아닐까?

할리우드의 최고 인기 시리즈인 ‘배트맨’ 시리즈의 신작 ‘다크 나이트’로 전세계적으로 20년 만에 ‘조커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배우 고 히스 레저. 파우스트가 젊음을 위해 팔았다면 그는 최고의 악역 조커를 위해 자신의 삶을 헌납하지 않았나 하는 억측이 들 정도로 일반 사람들은 꿈꾸지도, 형상화하지도 못했을 순수악의 결정체를 완벽히 소화해냈다.

단순히 악역 연기가 아니라 악의 본성 그 자체가 돼 버렸다. 그 후유증으로 레저는 우울증에 걸렸고 불면증으로 인한 약물 복용으로 지난 1월22일 미국 뉴욕의 한 아파트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반년이 지난 후 그의 생애 마지막 예술혼이 고스란히 담긴 ‘다크 나이트’가 개봉됐고 모든 영화팬들의 가슴에 오랫동안 기억될 ‘전설’이 돼 버렸다.

히스 레저가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를 연기한다고 했을 때 모두 1989년작 ‘배트맨’에서 조커를 연기했던 잭 니컬슨을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레저가 ‘브로크백 마운틴’ ‘캔디’ 등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인 촉망받는 젊은 배우였지만 니컬슨의 아우라가 너무 컸던 것이다. 레저도 이런 부담감을 안고 촬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레저는 니컬슨과는 다른 독창적인 조커를 창조해냈다.

니컬슨이 ‘배트맨’에서 연기한 조커는 원작 만화에 기반을 두고 창조해냈다. 보스의 여자를 넘봤다가 광대의 얼굴이 지니게 된 조커를 마치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 생생하게 연기해냈다. 이런 아픈 사연 때문에 그의 비정상적인 캐릭터가 어느 정도 이해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히스 레저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다크 나이트’에서 선보인 조커는 만화 원작에서 벗어난다. 동정을 할 여지가 전혀 없다. 놀란 감독은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의 정체를 영화가 끝날 때까지 밝히지 않는다. 그의 본명이 뭔지, 어떻게 하다 입이 귀끝까지 찢어져 항상 웃는 광대 모습을 갖게 됐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조커는 극중에서 여러 사람에게 다른 버전으로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어느 말이 진실인지, 아니면 모두 거짓말인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조커의 극악무도한 행각이 더욱 살벌하고 끔찍하게 다가온다.

히스 레저의 일생 일대 명연기와 크리스토퍼 놀란의 연출력 덕분에 ‘다크 나이트’는 현재 북미지역에서 흥행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제까지 ‘배트맨’ 시리즈가 한국에서는 맥을 못 췄지만 예매율 1위를 차지하고 개봉 첫날 전국 16만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주의 흥행성적이 전편 ‘배트맨 비긴즈’를 넘어설 전망이다. 영화팬들은 히스 레저의 명연기에 영화가 끝날 때 기립박수를 치며 뜨거운 반응을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그의 부재에 가슴 아파하고 다시는 그의 연기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히스 레저의 육체는 차가운 땅속에 묻혔지만 그의 연기투혼은 작품 속에서 영원토록 살아숨쉴 것이다.

<최재욱기자 jwch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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