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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Images

청계천에 서있는 베를린 장벽과 명박산성의 기억


베를린 장벽

역사는 기억된다.


청계천에 서있는 베를린 장벽의 일부이다. 한가롭게 명동을 친구들과 거닐다가 헤어지고 집에 가는 길에 보게되었다. 몇번인가 지나친 적 있었는데, 이 날 만큼은 마치 벽이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 벽에 새겨진 거친 숨소리가 좋다. 내 벽에 그려진 말랑말랑한 낙서들과는 비할데 없이 말이다. 물론 그 말랑말랑한 낙서 옆에는 존 카메론 미첼 특별전을 알리는(예전에 시네마 상상마당에서 했더랬다) 포스터가 붙여져 있는데, 미첼의 거친 숨소리는 그냥 말랑말랑하지 않지만 말이다.(그의 영화 <Hedwig>에서는 주인공의 어린시절의 배경인 동독이 나오고, 사랑의 기원에 대한 완벽한 애니메이션이 나온다. 무지 거칠지만 그의 영화속에서는 이 베를린 장벽처럼 맘에드는 구석이 많다.)

이 장벽은 두 자본주의 국가(동독과 서독 모두 서로 껍데기만 다를 뿐 같은 억압적인 자본주의 국가였다)가 그 체제에 숨죽여 사는 사람들을 향해 세운 거대한 장벽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숨죽여 있지만은 않았다. 저 장벽의 낙서들이 억압에 저항하고, 자유를 위해 싸운 당시 사람들의 느낌이 남아있다. 오늘날에도 대부분의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은 거대한 장벽을 세우고 있다. 어쩌면 청와대로 가려는 촛불들을 막기위해 명박산성을 쌓은 것은 그로서는 당연한 일일거다. 때문에 당시 명박산성의 한 쪽 벽에 가득 채워진 사람들의 낙서와 메세지는 베를린의 그것과 다름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얼마전 87년 울산에서 있었던 노동자들의 파업현장을 담은 사진집을 구입했었는데, 그 사진들도 살아있었다. 정말 주옥같은 사진들이 많지만 그 중 누군가가 현대그룹 부자를 비꼬는 만화를 벽에 붙여놓은 것을 찍은 사진이 생각난다. 87년 7-9월 파업 이후에 울산에서 있었던 선거에서 현대그룹 정몽준과 감옥에 갇힌채로 출마했던 한 노동자의 대결이 있었다.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한 노동자들은 선거에서도 부자들이 자신들을 위해 일하지 않음을 (도리어 갈취하는)비꼬는 재밋는 만화(민화?)이다.

내일도 울산에서 국회의원 선거를 치른다. 정몽준이 얼마전에 TV화면에 나와 한나라당 지지를 호소하는 장면이 있었다. 경기도 어느 곳에서도 선거를 한다. 그곳은 대량해고의 위협을 받고있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도 '경제 대통령'을 패러디한 한나라당의 후보가 있다. 그런데 딱 저 만화꼴이다. 사람들을 우습게 보고 눈가리면서 지갑을 뺏는 꼴이 지금 정부의 모습이 아닌가?(정부가 내놓은 실업대책을 보라) 그런데 우린 뻔히 알고있다. 그래서 저렇게 2단 옆차기를 해도 속시원하지 않을 판이다. 울산에서 진보후도 두명이 단일화 했다는데에 환영한다. 부디 우리를 갈취할 자들이 뽑히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담 이번 보궐선거에서 이단옆차기 한판?!! 보여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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