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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기대어 앉은 오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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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문득 지나간 시간들이 씁쓸히 마음을 후비어 올 때가 있다. 지금이 그런 시간인건지 어느 순간 마음 한 구석이 메여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잔잔한 슬픔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우울한 상념에 젖게 만들고 만다.

혼자 있는 공간이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았는데도 자꾸 혼자있게 된다. 내 작은 방안의 공간이 나를 잡아 먹으려 들 때 쯤 불쑥 책하나와 CDP를 들고 광화문 네거리를 찾는다.

촛불들로 가득 메여 벅찬 흥분을 느끼게 했던 시위들의 흔적이 희미해진 그 거리다. 방안 가득했던 상념을 가둬두고 거리의 한적한 카페에 머물면 현실감이 짙어져 안도감이 느껴진다. 사실 요즈음엔 한적한 카페는 찾기가 어렵다. 나름 조용하다고 느껴졌었던 오봉팽은 요즘 새롭게 느껴진다. 사람들의 가벼운 농담들과 그곳 음악과의 불협화음이랄까.

곧 꿈틀될지도 모르는 이 촛불의 거리에서 언제 꿈틀될지도 모른 채 하염없이 헛되이 흘러가는 시간을 멈추고 싶다. 그러고서 한없이 가볍도록 걸었으면... 하필 내일 볼 영화가 도쿄거리를 걷는 죠의 '텐텐'인건 뭐냔말이지.'시효경찰'의 때를 가리지 않고 튀어나오는 엉뚱한 유머처럼 가볍게 걷게되었을 때, 지금의 상념이 후회되지 않기를...

십수년 전에 고인이 되신 김광석씨의 기분이 그랬을까.
가만히 그분의 노래를 듣는다.

<기대어 앉은 오후에는>
작사 유준열 노래 김광석

창유리 새로 스미는 햇살이 빛바랜 사진위를 스칠때
오래된 예감처럼 일렁이는 마당에 키작은 나무들
빗물이 되어 다가온 시간이 굽이쳐 나의 곁을 떠나면
빗물에 꽃씨하나 흘러가듯 마음에 서린 설움도 떠나
지친 회색 그늘에 기대어 앉은 오후에는 파도처럼 노래를 불렀지만 가슴은 비어
그대로 인해 흔들리는 세상 유리처럼 굳어 잠겨있는 시간보다 진한 아픔을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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