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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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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새 계속 싱숭생숭 하던 짧은 혼란이 잠잠해 지면서 새롭게 뭔가를 하거나 바꾸거나 해버리고 있다. 생각에도 없었던, 지난 1년동안 2 MB와 싸우면서 머리속에서 지워버렸던 취업. 그런데 갑자기 원서를 써서 내버렸다. 그것도 경쟁이 매우 치열한 S사.
 날개를 접는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그럴필요가 없는데도 왠지 죄책감 같은 것이 계속 맘 한구석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새로운 세상. 불평등하고 모순적인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했던 뜨거운 신념은 연기처럼 금방 사라져 버릴까 겁이나기도 한다. 그걸위해 무수히 많은 고민, 토론을 해왔고 책도 보고 거리로 나다녔다.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단지 세상의 팍팍함에 적응해버리는 지금 이 순간이 후회되지는 않을런지.

2. 오랫동안 그냥 두었던 노트북도 수리를 맡겼고, 묵혀있던 데스크탑도 새로 조립해 설치했다.

3. 장정일의 독서일기 1권에 나오는 남미의 혁명을 다룬 소설들을 보고싶어 교보문고에 갔다. 레지스 드릅레의 <불타는 설원>, 에르베 바쟁<하나의 불꽃은 또 하나의 불꽃을 삼킨다>. 두권 모두 찾을 수가 없었다. 지나버린 혁명의 순간들을 되돌아 보는 것은 중요하다. 실패의 당위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패를 교훈삼기 위해서 중요하다.

4. 사토시 감독의 <텐텐>,<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를 보다. 추석에 봤던 <텐텐>을 재미있게 보고 사토시의 유머를 기대하면서 <거북이...>도 보게 된 것이다. <텐텐>은 그의 드라마 <시효경찰>때문에 보게되었는데, 새로운 류의 그의 기법은 단지 재밋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의 소재는 우리 자신이다. 별로 특별할게 없는 평범한 사람. 그러나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소소한 장소, 물건, 습관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한 독특한 관찰은 그 소재를 평범하지 않게 만들어버린다. 덕분에 나도 자신과 주변의 사물들을 바라보면서 사토시의 관찰법을 배우게 된다.

5. 노트북 수리에 25만원이나 낸 것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6. 인영과 해바라기의 노래 가사를 읊다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사토시가 뇌를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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