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ssay/skech

고양이를 선물하마

고메한 고양이

이 고양이를 선물하마

최근 다시 고양이를 그리고 싶어졌다. 먀냥 기엽고, 앙증맞고, 깨물어주고 싶은 고양이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그런 고양이 말이다. 우메한 인간을 하찮게 여기고 어리석은 자신의 주인을 꿰뚫어 볼 줄 아는 그런 고메한 고양이를 말이다. 이 그림을 보면서도 앙증맞고 깨물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할말없다.

내가 그린 고양이는 돈을 쫓는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마냥, 쥐 잡는것을 무슨 벼슬인양 얘기하는 고양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관계에 집착하는 인간이나 강아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따뜻한 햇살에 배를 늬울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이 그림을 보고 건방진 듯한 눈이나 목에 걸린 장식물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하면 그것이야 말로, 우메한 일이다. 이 그림의 관전 포인트는 목에 연결된 빨간 줄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어"라고만 생각했다면 그것도 우메한 일이다. 목에 연결된 빨간 줄은 주인이 고양이를 끌고 다니도록 메달아 놓은 속박의 도구가 절대 아니다.

조금 귀찮긴 하지만 인간을 위한 고양이의 배려이다. 관계에 집착하는 인간은 이 줄을 손에 잡고 '고양이를 가졌다'는 안심을 하며 자신을 위안한다. 그런 것 조차 없다면 무미건조해 질 수 있는 그들의 삶을 위해 조금 참고 있을 뿐이다.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 세상은 인간의 도움 없이는 고양이도 살아가기 힘든 점을 여러분은 이해해야한다. 그래서 일종의 타협인 거다. 당연하게도 항상 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인간과 달리 자신의 손으로 직접 풀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고 있는 것이다.

얼굴과 상체에 신경을 집중한 나머지 하체에 신경을 쓰지 못해 그리다 중단한 것처럼 보여서 좀 미안하지만, 이 고양이 그림을 선물하마. 도도한 이 고양이의 정신을 말이다.

'Essay > skech'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말라구  (0) 2009.12.30
나비를 연주하다  (5) 2009.12.24
고양이에 대한 관찰  (0) 2009.12.18
다른세상은 가능해 캠페인!  (2) 2009.10.11
닌자의 표정들  (1) 2009.10.10